안녕하세요, 낭만 여우입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그 들뜬 기분! "이건 여기서 밖에 못 사!", "이걸 보면 이 여행이 영원히 기억될 거야!"라는 생각에 지갑을 열고 사 온 마그넷, 스노우볼, 열쇠고리, 그리고 현지의 독특한 인형들.
그 순간에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하는 순간, 마법은 풀립니다. 그 보물들은 냉장고 문을 어지럽히거나, 장식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예쁜 쓰레기'로 전락하곤 합니다. 버리자니 그때의 추억을 버리는 것 같고, 두자니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버리죠.
또 버리면 괜히 돈 버리는 것 같고 이럴거면 맛있는 거라도 더 많이 먹고 올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고요. 저는 여행 갔다 오면 항상 후회 합니다.
간직 하자니 너무 많고 버리자니 너무 아까운, 그래서 여행의 소중한 추억은 지키면서 집안의 질서는 되찾는, 미니멀리스트의 '여행 기념품 정리 노하우'를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물건은 추억의 '본체'가 아닙니다 (심리적 분리)
우리가 기념품을 못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 에펠탑 열쇠고리를 버리면, 파리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도 같이 사라지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죠.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열쇠고리가 없어진다고 해서 센 강변을 걷던 그날의 바람, 냄새, 낭만적인 분위기가 제 머릿속에서 지워질까요? 절대 아닙니다. 추억은 물건(플라스틱 덩어리)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내 뇌세포와 디지털 사진첩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물건은 그저 기억을 불러오는 '트리거(Trigger)'일 뿐입니다. 트리거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현재의 삶을 방해하는 잡동사니가 됩니다.
2. 나만의 '선택과 집중' 정리 원칙
무조건 싹 다 버리라는 잔인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세운 원칙은 '전시할 수 없다면 비운다'입니다.
① 마그넷: 냉장고 문을 해방하라
냉장고 문 전체를 마그넷으로 도배하면 주방이 지저분해 보이고 풍수지리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하죠. 저는 작은 '타공판'이나 '자석 보드'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딱 이 보드 안에 들어가는 만큼만 붙입니다. 새로운 여행을 다녀와서 공간이 부족하면? 가장 덜 예쁘거나 감흥이 떨어진 옛날 마그넷부터 비워냅니다. 일종의 '오디션'을 통해 베스트 멤버만 남기는 것입니다.
② 인형과 장식품: 관리가 안 되면 짐이다
먼지를 털어주며 닦아줄 자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비웁니다. 서랍 속에 처박혀 1년 내내 빛을 못 보는 기념품은 이미 죽은 물건입니다. 저는 사진으로 예쁘게 찍어서 '여행 폴더'에 저장하고 실물은 비웠습니다. 사진으로 남기면 부피는 0이 되지만, 추억은 100% 보존됩니다.
3.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합니다
버리기로 결심했다면, 그냥 쓰레기통에 휙 던지지 말고 잠시 작별 인사를 건네보세요. 곤도 마리에의 방식처럼 말이죠.
"너 덕분에 그 여행이 더 즐겁고 설렜어. 우리 집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고마워."
물건에게 감사를 표하고 보내주면, '버린다'는 죄책감 대신 '보내준다'는 개운함이 남습니다. 상태가 좋은 기념품은 주변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거나, 기부 가게에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설렘이 될 수 있으니까요.
💡 앞으로의 여행, 짐을 늘리지 않는 쇼핑 팁
- 사진으로 소유하기: 사고 싶은 예쁜 쓰레기가 보이면? 상점 진열대에서 사진만 찍고 나옵니다. "나 이거 봤다!"는 욕구가 해소되어 소유욕의 80%가 사라집니다.
- 실용성 3번 묻기: "한국 집에 가져가서 실제로 쓸까?"를 3번 자문합니다. "장식용이야"라는 답이 나오면 내려놓습니다.
- 경험 소비하기: 물건 대신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요리, 공연 티켓, 마사지 같은 '사라지는 것(경험)'에 돈을 씁니다. 몸과 마음에 남는 추억이 짐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여행은 짐을 늘리러 가는 게 아니라,
마음과 경험을 채우러 가는 것입니다.
물건의 무게를 덜어내고 추억의 무게만 가볍게 가져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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